서론
책의 제목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책에 이끌리게 되는 과정부터 책을 읽고 작가를 깊게 이해하는 데까지 모든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제목이 주는 강력한 힘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불안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나의 생각 속에 파고 들었다.
나의 생각
불안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안정과 확신을 상실한 상태나 특정한 대상이 없이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라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말은 즉, 불안은 어떠한 생각으로부터 발생한 하나의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생각이 우리에게 불안이라는 상태를 부여하는 것일까?
하나의 사건(원인)이 다른 사건(결과)을 일으킬 때 둘의 관계를 인과관계라고 한다. 우리의 주변 그리고 삶 속에서 무수히 많은 인과관계가 존재하는데, 생각이란 인(因)과 상태 또는 행동이라는 과(果)가 그러하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우리의 상태와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자명한 사실이지만, 가끔은 이러한 전제가 와 닿지 않기도 한다. 이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예시가 바로 물 반 컵에 대한 생각이다.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보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극과 극으로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생각이라는 교훈을 준다. 물이 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좌절하고 포기하기도 하며, 어떻게든 물을 가득 채우기 위해 힘써 노력하기도 할 것이다. 반대로 물이 반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풍족한 상태를 즐기며, 현실에 안주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생각은 우리의 상태와 행동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있다면, 우리의 결과, 즉 상태와 행동을 원하는 데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변에 스스로의 상태와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나의 눈앞에 보이는 좌절스러운 상황을 바꾸면, 행복해 질 것이라는 믿음은 꽤나 견고하여 우리를 맹목적으로 만든다. 물론 이러한 강력한 믿음은 강한 실천력을 가능하게 해 눈앞의 상황이 해결되기도 한다. 당장의 숨통은 트일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또다른 상황들이 나를 덮쳐 또 다시 좌절할 가능성이 높다. 더 최악인 것은 부단히 노력했지만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무력함을 부여하고 자기혐오에 빠져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불행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울의 감정은 끝도 없는 나락으로 자신을 잡아당겨 빠져 나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책에서도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자신의 가치를 외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부단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정리한다. 즉, 자신의 가치를 외부 상황에 맞추는 순간 위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생각의 확장이 필요하다.
좀더 세부적으로 설명하자면, 가치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치 있다’는 ‘쓸모 있다’는 말로, ‘가치’는 ‘중요성’이란 단어로 대체된다.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존재에 본질을 부여하여 이를 증명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본질이란 그 존재의 목적을 의미한다. 의자의 본질은 앉는 것이다. 책의 본질은 읽는 것이다. 의자가 부서져 앉지 못하게 된다면 가치 없는 것, 쓸모 없는 것이 된다. 책에 활자가 없다면 그것은 책이 아니게 된다.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들은 가치 즉 본질이 부여된다.
그렇다면 나무의 본질은 무엇인가? 의자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책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더 중요한 본질이 있는가? 의자와 책에 대한 본질은 쉽게 접근한 반면, 나무에 대한 본질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도 내리기 어렵다. 왜냐하면 인간은 나무의 본질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는 생명은 없다. 위의 이야기를 달리 말하자면 본질이란 창조하는 자에게 부여되는 특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본질도 이와 같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아는 인간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존재에 본질을 부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한다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일까?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불안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이 나온다. 우리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아가 생성되면서 세상과 내가 분리되고 그로 인해 참을 수 없는 분리감과 고독을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인간의 숙명이며, 이를 깨닫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에 괴로워한다. 광활한 우주속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진 기분은 절망감을 불러내기도 한다. 이 두려움과 절망의 감정이 불안의 원천인 것이다. 분리된 자아는 끊임없이 무엇인가와 합일되기 원한다.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권위 (위치)를 얻음으로써, 같은 신념을 갖는 종교를 믿음으로써 분리된 자신을 지우고 통합된 집단으로써 나를 만든다. 더 극단적으로는 이러한 불안(분리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술과 마약같은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불안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 본능에서 기인한다고 한다면, 이 상태에 대한 극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의 삶에 목적이 있다면, 이러한 알쏭달쏭한 난제들에 대한 나의 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아직 나는 답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고민이 언젠가는 하나의 확신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의 확신을 위한 작은 출발로 사랑을 말하고 싶다. 우리의 존재를 이 세상에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느낀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에서는 인간이 태어나 스스로의 자아가 생성되면서 세상과 내가 분리되고, 그로 인해 참을 수 없는 분리감과 고독을 겪는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숙명이며, 이를 깨닫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에 괴로워한다. 광활한 우주속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진 기분은 절망감을 불러내기도 한다. 이 분리된 느낌은 세상을 두렵게 만들고, 이런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실존적 증명으로써 우리는 무언가와 합일되고자 한다. 사회가 말하는 보통사람(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거나, 같은 신념을 갖을 수 있는 집단에 속해지면서 분리된 나를 지워나간다. 더 극단에는 술과 마약같은 방법을 선택하여 분리감 자체를 없애려 발버둥 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쉽게 자신의 실존적 가치가 외부로 옮겨지게 된다. 사회적 통념, 가치관, 신념 심지어는 쾌락으로 말이다. 나의 존재의 의미가 외부로부터 결정되는 순간, 우리는 큰 문제를 직면하게된다. 만약 내가 추구하던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삶의 가치를 잃게된다. 또한 그 가치가 자신이기에 다른 가치에 대한 관대함은 거의 있을 수 없게된다. 이는 수동적인 삶의 시작이며, 자기 삶에 대한 주관적 행위를 할 수 없게된다. 나의 실존을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게 의지하게 된다면, 나는 그것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나의 존재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과연 어디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난제일 수 밖에 없는 이 질문을 한참을 고민해보았다. 확언할 수 없지만, 실존적 의미를 찾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에서 정말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사랑이지만, 명쾌하게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사랑에 대해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의하자면, 나는 존중과 인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이유도 없이 그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을 모두 표현할 수 없겠지만, 그 본질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 대 인간의 사랑, 어떠한 가치로도 평가되지 않는 그 상태를 품어 안는 그런 것, 그대의 세상이 존재할 수 있게 가까이서 그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우리의 존재를 이 세상에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것이 바로 사랑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불안의 원인 5가지를 읽으면서, 우리 안에 불안의 기반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5가지 요소에는 같은 근본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원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본인 스스로에 본질을 부여하는 것'이다. 본질이란 '존재의 목적'이라고 단순화 할 수 있겠다 (위에 예시를 많이 들었지만 의자의 본질은 '앉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수없이 많은 본질에 둘러싸여 스스로의 가치를 저울질 한다. 자신의 본질이 명확하게 정의된다면, 본질에 의해 존재의 의미가 정해진다.
과연 인간에게 본질이 있는가? 우리가 존재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가? 사회는 우리에게 수많은 역할을 부여하며 그것이 곳 우리의 본질인 것으로 확정한다. 우리가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할 때, 우리의 존재할 가치조차 없는 실패자 혹은 패배자가 되어버린다. 책에서 주요하게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문제점도 이와 같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성공과 인정이 우리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언제든지 자기혐오에 빠질 구실이 생기지 않을까.
총평
현대인들이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조금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인 듯 하다.
평점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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